추천의 말


스스로를 ‘작업자’로 소개하는 두 사람이 있다. 그들은 “제도가 규정한 ‘일’ 너머를 상상”하길 촉구하고, 직면한 노동 환경을 새롭게 정의 내린 단어를 수집해 사전을 만들었다. 이처럼 우리에겐 우리의 노동을 설명해줄 ‘핏’한 사전이 필요하다. 인간의 노동은 축소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형도를 넓혀가는 중이라는 걸 깨닫기 위해. 비록 그 모양새는 다도해와 비슷할지라도 사전을 함께 업데이트할 동료가 있는 한 작업은 계속될 거라는 믿음을 얻기 위해서도. 어쩌면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를 사랑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확하게 정의 내린 나만의 직업 사전을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존 용어의 한계 탓에 노동자로서 자신이 서 있는 지점을 잃어버린 이에게 이 책은 첫사랑에 버금가는 발견을 선사할 것이다. -이서수(소설가)



『작업자의 사전』은 페이지마다 나의 정의를 덧붙이느라 가만히 읽기 어려운 책이다. ‘대체공휴일’에는 ‘물건을 제작해 납기를 맞추는 작업자에게는 공장이 멈추는 재앙의 날’이라고 메모했다. ‘마감’은 ‘영화를 보고 나온 150여 명의 관객에게 증정될 굿즈가 도착하지 않은 현장의 아수라장을 상상하는 것’, ‘휴가’에는 ‘1인 작업자에게 그런건 없어’라고 적었다. 책을 읽으면서 당신이 써내려갈 사전과 나의 사전을 대조해보고 싶어졌다. 차이점만큼 다른 사정 속에서도 공통점만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작업자에게 정확하고 단호한 ‘일의 말’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갑자기 전화를 걸어온 상대가 무례한 요구를 해올 때는 더욱 그렇다. 말문이 막혀서 10초 이상 침묵이 이어진 적이 있는가? 식은땀이 난다. 전화를 끊고 눈을 질끈 감는다. 프로가 되면 나의 단어가 정확해질까? 평생 프로는 못 될 것 같지만, 적어도 『작업자의 사전』을 읽으면서 다들 눈을 질끈 감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가벼워졌다. -오세범(디자인스튜디오 ‘딴짓의 세상’ 대표)


퍼스널 브랜딩 시대의 승자는 아무도 없다는 걸 『작업자의 사전』을 보며 깨달았다. 정돈된 ‘바이오’를 통해 받아낸 일감을 ‘마감’에 시달리며 해내다 ‘번아웃’이 온다. 고충을 토로하는 게시물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지만, 일거리가 없는 다른 작업자는 동료의 피드를 보며 되레 불안감을 느낀다. 이 불안감은 우리가 습관적으로 쓰는 일의 언어에도 고스란히 담긴다. 구구와 해인은 단어 100개의 동상이몽을 해체하고 조각내어 새롭게 빚어낸다. ‘이슈’와 ‘핏’ ‘후킹’의 세계를 외줄타기하는 콘텐츠 작업자로서, 구구와 해인의 언어 사전에 공감의 밑줄을 그었다. 일의 과정을 자신만의 언어로 정의하는 사람이 가는 길은, 불안할지언정 또렷하고 흥미롭다. 모든 이가 노동자도 노예도 아닌 ‘작업자’로서 이 사전에 한 줄씩 자신만의 명명을 보탰으면 좋겠다. -황은주(중앙일보 폴인 에디터)